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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사랑 - 이슬아

유목적 표류 2024. 11. 14. 10:26

 
 
(헤엄 출판사. 이름부터 귀엽다.)
 
이슬아 작가의 글은 처음이다. 사실 읽어볼 기회는 있었다. 월간 이슬아라는 컨텐츠에 들어보기도 했고 작년인가, 도서관에서 산문집을 빌려왔었거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읽지 못한 탓에 부지런한 사랑이 작가와의 첫 만남이 되었지만.
 
부지런한 사랑은 작가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글쓰기 교사로 쌓은 추억들을 풀어낸 책이다. 책의 구성은 그가 쓴 글과 글방 학생들이 쓴 글들이 담겨 있으며, 하나같이 무해하고 사랑스럽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어린 친구들이 쓴 글은 피식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하는, 읽는 독자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더라.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글쓰기 교사 일을 시작한 이슬아 작가는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라면 왕복 4시간도 마다 않고 달려가는 열혈 교사이다. 과연 자신이 글쓰기 수업을 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그만큼 자유롭고 따뜻하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걸. 섬세하게 아이들의 문장을 어루만져주는 그의 마음을 문장을 통해 느끼노라면 나또한 글방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이다.
 
책을 읽고나면 자연스레 글방에 다니던 학생에서부터 글쓰기 교사, 프리랜서 작가, 출판사 대표까지. 다양한 명함을 가지고 있는 이슬아란 사람이 궁금해진다. 그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동거묘들까지도. 텍스트 너머의 사람까지 궁금하게 만든다는 건 글의 내용이 아주 매력적이었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로 이 책은 성공적으로 흥미롭고 따뜻하게 쓰여졌다. 나또한 이렇게 살아봤더라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쓰면서 느끼지만 생각보다 더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곳으로 데려가준 글이니까. 읽는 동안 나는 글방의 아이들이었다가 교실의 학생이었다가, 어느 늦은밤의 글쓰기 수업을 듣는 '언니'가 되기도 했었다. 나는 그 경험이 설레고 즐거웠다. 독서의 기쁨이었다.
 
불현듯 학생들의 문장을 보면서 놀랐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나이와 경험이 많다고 해서 더 나은 문장을 쓰는 건 아니란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좋은 문장은 책의 표현대로 달궈진 손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많이 쓰고 또 쓰는 손으로부터. 내게 가장 필요한 그것으로부터.
 
하나 더. 제목인 '부지런한 사랑'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글과 쓰기 습관. 나는 이들을 뜻한 게 아닐까 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써 부지런하게 사랑을 실어보내야 할 대상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기꺼이 내 사랑을 다 보낼 수 있는 것 또한 무엇이 있겠는가. 
이를 아는 만큼 달궈진 손을 위해 부지런한 사랑을 보내며 꽤나 길어질 시간을 보내려 한다. 후회 없을, 최선의 시간이 될 것이다.
 
심신단련. 이슬아 작가의 또 다른 산문집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아마도 다음에 읽게 될 책은 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 된다한들, 다시 또 이슬아 작가의 글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그때엔 지금의 이 어설픈 실력보다 더 나아진 실력으로, 보다 달궈진 손과 함께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으면 한다. 할 수 있다. 아자 아자.
 
부지런히 나아가며 이어지는 사랑을 뒤따르며 이만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