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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F코드 이야기, 소울

유목적 표류 2024. 11. 16. 14:53

 

 

 

저자 / 이하늬

 

 

인터넷 서점을 들락날락 거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책. 추천창에 떴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자의 이름을 보고 동일명의 유명인인 줄 알았다가 후에 아님을 알았다. 
 
제목의 f코드는 정신과 분류 코드이다. 나도 f코드로 시작하겠군, 이란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솔직했고 꽤나 담백했다. 에세이 류에서 조금만 삐긋하면 빠지기 쉬운 자기연민이 잘 드러나지 않았단 소리다. 
 
이야기는 작가 본인이 겪던 증상부터 병원을 찾게 된 계기, 진단을 받은 이후 치료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환우들의 케이스까지 책에 담아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끔 했다.
 
특히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은 파트가 끝날 때마다 소개되는 팁들인데, 이게 꽤나 유용하다. 실제 우울증 환자인 내게도 도움이 되는 알짜배기 정보들이니, 우울증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나. 단순 자기 경험에 의한 정보가 아닌 전문가와의 교류를 통한 정보이기에 신뢰도 또한 높다. 이 부분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 밖에도 '솔직함'에 적잖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울증이나 정신병이 죄는 아니지만 먼저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만한 소재도 아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서 끌어안고 살게 되는데, 작가는 책을 통해, 주변인들에게 고함을 통해 자신이 먼저 알리고 당당히 나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무언의 메시지-힘과 희망을 보낸다. 
 
과연 백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구절은 또 어떠했는지. 당찬 작가는 자신의 조울증 발병을 고백하며 책을 마친다. 주변인 뿐만 아니라 독자, 그리고 세상에 자신을 당당히 고한 것이다. 어쩜 이리 용기있을 수 있을까. 나라면 그럴 수 있나? 앞으로 변화할 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그럴 수 없기에 이 단단한 고백에 갈채를 보내고 또 보낸다.
 
좋아지다가도 다시 고꾸라지고, 실수임을 알면서도 자꾸 반복하는 작가에게서 나를 봤다. 변명같지만 어쩔 수 없이 그리 굴러가는 게 현실임을 아는 나로서는 그를 비난할 수도 없었다. 
공감 속에서 사실 두렵기도 했지. 작가처럼 복약 기간이 몇 년이고 길어지면 어쩌지? 몇 년 뒤에도 여전히 좋아지지 않고 제자리이면? 우울증 뿐만 아니라 다른 병으로 힘들게 되면? 병의 증상들의 나열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의 불씨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나의 지금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이 책이 좋았다. 적잖은 정보를 얻었고 이겨내고 싶다. 이겨내고 말리라!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이들 착각하는데 힘내자, 할 수 있다 말하는 책은 많지만 스스로 그렇게 느끼게끔 하는 책은 많지 않다. 이 책이 그런 면에서 백퍼센트의 힘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희미하게나마 같은 빛을 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다칠 수 있다. 넘어져 까질 수 있고 어딘가 꺠지거나 부러질 수 있다. 그럼 소독을 하면 되고 병원에 가 치료를 받으면 된다. 정신병 또한 마찬가지다. 살다보니 얻게 된 질병, 의사의 진찰을 받아 치료하면 그만이고, 필요하다면 예후 관리하며 살아가면 되는 일. 그냥 그런 일인 거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과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 중에 나는 "아직은" 선자를 선호한다. 그러니 앞으로 우울증과 관련된 저서를 많이 접하지 않을까. 우울증 관련 에세이는 이 책이 처음이었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나 또한 동지, 나의 환우들의 이야기가 필요하기에. 

 

 

 

 

 

 

감독 / 피트 닥터

 

 

 

요것도 입소문이 자자했던 영화. 코로나로 극장 경기 얼어붙었는데도 박스오피스1위를 달렸던 영화다. 

 

꿈을 마음 속에만 담아놓고 살다가 드디어 이룰 수 있게 되었는데 죽음을 맞이 한 주인공. 그 주인공은 도저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고,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지구로 돌아와 지내는 동안 겪게 되는 감정 변화 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인상적인 건 주인공이 죽고 나서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부분이었는데, 어디에도 즐거운 장면이 없었다는 것. 지쳐있고 무기력하고 도전해본 적조차도 없더라. 이게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라고 외치는 주인공을 보는데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그 장면에서 너무 찔렸다. 그밖에도 종종 마음에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나는 과연 내 삶을 저토록 사랑하면서, 생생하게 살아나가고 있는가? 내 꿈은? 하는.

 

후회하고 싶지가 않더라고. 후회하기 싫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감상이었다. 

 

지금의 삶이나 나의 모습 등은 태어나기 전 내가 계획하고 온 것이라는, 그런 이론도 이 영화와 맥락을 같이 하니까 보면서 공감가하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여러모로 그동안 접해온 책들의 내용과 비슷한 결의 이야기였음. 

 

예상했던 전개 및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코코나 인사이드 아웃이 더 좋았음)

 

 
별점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