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우연히 어느 한 문장을 보고 맘에 와닿아 저장해뒀던 책의 이름이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였다. 읽어봐야지 생각하곤 또 시간이 지나버려서. 운 좋게 도서관에 비치되어있어 이북으로 읽게 됐다. 생각보다 얇고 짧은 편의 책이어서 금방 읽고 글을 남긴다.
책은 자존감, 우울감 등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두고 뇌과학적인 측면과 임상심리학적 측면,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을 해준다. 먼저 사례자의 사연을 소개한 다음 뇌과학적 설명, 그리고 임상심리학적 설명이 이어지는 식이다. 뇌과학적 설명을 할 때에 전전두엽이라든지 해마 등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오긴 하지만 이런 부분이 있구나 하며 넘어가면 되고, 오히려 과학적으로 명확히 짚어주니 불안함이나 두려움이 덜어지는 효과가 있었다.
가장 큰 위로를 받았던 건 임상심리학적인 설명 부분이었는데, 정말 곁에서 따뜻한 상담을 받는 느낌? 조근조근, 내 이야기를 듣고 답해주는 듯한 문체여서 읽는 내내 힐링되었다. 무엇보다 사연자들이 사례에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게, 내 아픔이나 경험을 표현하고 공유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읽으며 내 이야기 같아 고개를 끄덕이길 여러번이었고, 덕분에 공감을 통해 더 쉽게 설명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먼저 보았던 문구처럼 위로되는 문장들로만 이루어진 책인 줄 알았어서 뇌과학적 지식이 나올 때마다 어렵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부분이 있어 더 도움이 된 듯하다. 몸이 아픈데 집에서 대충 치료하는 것과 병원에 가 확실히 병명을 알고 치료할 때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어떠한 부분을 ‘확실히’ 알고 짚고 넘어가는 게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의학 단어들이 어려워 대충 눈으로 흘려가며 읽긴 했지만 확실히 심적으로도 이 부분이 있어 더 위로가 됐다 자부할 수 있다.
마음이 불안정하다보면 누군가의 한마디가 절실할 때가 있다. 나또한 그래서 읽게 된 것 같고. 책을 집어든 건 충동적이었지만 독서에 들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도움되는 문장 및 여러 지식을 얻게 되어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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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속담처럼, 내 안에 적이 없으면 세상의 그 무엇도 우리를 해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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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큰 의미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의미이고 그것만으로 당신은 다 한 겁니다. 살아있는 부모, 살아있는 친구, 살아있는 자식, 살아있는 나, 그거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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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은 당신의 보호자, 당신의 책임자, 1인 가족의 가장입니다. 당신은 이제 당신의 인생을 살아요. 당신의 가치를 주입식으로 폄하하는 부정적인 사람들이나 환경들과 우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당신이 품위를 잃을 필요가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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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진 심리적 문제 그 자체는 당신을 가리켜 실패자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며, 당신이 가치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당신이 폐렴이나 암에 걸렸다 해서 실패자인 것도, 사랑받지 못할 존재인 것도, 무가치한 존재인 것도 아니듯 그저 적절한 치료를 받을 때입니다. 잠시 쉬어 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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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당신은 내향적이면서 외향적인 기술 몇몇을 가지고 있고, 예민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조금은 둔감할 줄 알며, 타인의 무례에 쉽게 상처받지만 금세 타인의 입장을 살필 줄 알고, 우울하고 불안하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볼 줄 압니다. 당신의 모든 측면에 더 상냥하게 대해 주고, 스스로에게 더 자비로워도 됩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을 하세요. 스스로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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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지능이 우울과 불안을 불러온다는 연구 결과가 말해 주듯이, 창의성이 높을수록 우울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말해 주듯이 그리고 누군가의 취약성이나 결함이 드러날 때 그에 대한 호감이 늘어난다는 결과가 말해주듯이, 당신을 절망하게 했고 당신이 저주했던 어떤 요인은 당신이 간과한 당신 행운의 일부였습니다.
마음에 담아두고 내내 읽어보고픈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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