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프랑스
감독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주연 헤일리 베넷
*줄거리 및 결말에 대한 스포 있음
"이런 영화가 있구나. (또 나왔구나)"
로우 같은 영화겠거니 하며 나중에 봐야지하고 넘겼다가, 헤일리 베넷에게 반해 당장 보고 싶어 몸이 달았던 작품이다. 국내 개봉하면 iptv로나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운 좋게도 왓챠에서 볼 수 있었다.
여주 헌터는 부자 집안의 성공한 사업가인 남편과 결혼해 원만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남편 내조에 집안일을 돌보며 틈틈이 자신도 가꾸는 그런 생활. 하지만 여느 영화가 그렇듯 이 모든 행복은 '겉으로만 보여지는' '가짜 행복' 되시겠다.
남편은 여주를 사랑하고 집안 어른들 또한 그녀를 웃는 얼굴로 대하지만, 대화 장면으로 보아 그들 틈에 '진정으로' 그녀가 끼어들 틈은 없어보인다. 대화 도중 말이 끊기는 둥 대놓고 무시당하는 헌터. 민망한 상황이 여럿 연출 되지만 익숙한 일인 듯 그녀는 담담히 넘긴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녀의 눈에 무언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얼음, 압정, 옷핀... 그것들은 반짝이며 자신을 봐달라 소리지르는 것만 같다. 그리고 조르는 것만 같다, 자신을 삼켜 달라고.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욕구를 느끼는 헌터. 잠시 망설이던 헌터는 작은 물건을 시작으로 심리적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물건들을 삼키고 배출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기에.
이상행동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심리를 억누르던 어느날, 임신한 헌터. 모두가 기뻐하는 이때, 헌터만은 기뻐보이지 않는다.
임신한 이후로도 헌터의 이상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러다 결국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헌터의 기이한 행각이 발각되고 만 것. 가족들에 의해 상담 및 치료를 받기 시작한 헌터는 점차 상담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문제점의 핵심이 될 만한 과거사를 털어놓는다. 자신이 강간으로 인해 태어난 아이였다는 것.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만 강간범의 사진을 지갑에 지니고 다니는 헌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불안정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안정되는 듯한 생활은 오래가지 못한다. 상담가의 누설로 인해 헌터의 과거사가 밝혀지고, 헌터는 충격과 수치심으로 위험한 물건을 삼키고 만다.
일은 클라이막스로 향해 내달린다. 가족들은 수술을 마친 헌터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고, 그녀는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도망친다. 그렇게 도망자가 된 헌터. 끝내 헌터는 아이를 지우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난다. 영화는 머리를 질끈 묶고 수수한 차림을 한 채 가방을 멘 헌터가 공용 화장실을 떠나는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는 러닝타임 95분으로 길지 않다. 아주 잘 만들어진 명작이라고 할 수도 없다. 엉성하지 않은, 조금은 태가 나는 단편 드라마의 느낌 정도. 다만 영화의 비주얼이 나쁘지 않고 헌터를 분한 헤일리 베넷의 연기가 좋아 점수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이다.
스토리는 뒤로 갈수록 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상한 흐름이 전혀 아니었으니까. 로우처럼 끝까지 욕구, 욕망에 집중하며 마치지 않고 그 욕망의 원인과 그로 인한 영향, 폐해를 그렸다는 느낌이었다. 이 스토리도 나쁘진 않았으나 내가 기대했던 건 말그대로 욕구에 미쳐버린 상태, 광적인 무언가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다소 약하게 다가온 것도 사실. 로우로 시작해서 로드무비 엔딩으로 끝나는 느낌? 무슨 느낌인지 알려나. 이렇게 써서 아주 나쁘게 봤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5점 만점에 3.5 정도. 그럭저럭 중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비주얼과 헤일리 베넷이 좋아서에요. (포스터도 내 스타일)
로우, 스왈로우의 뒤를 이을 이런 느낌의 다음 작품은 뭐가 되려나. 궁금하다.
'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0) | 2024.11.09 |
---|---|
화양연화 (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2000) (0) | 2024.11.07 |